서론: 시력을 잃는 이유가 ‘망막’만은 아니다
노년기 시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는 백내장, 황반변성, 녹내장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간혹, 시야가 점점 흐려지는데도 눈의 구조가 비교적 정상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시신경’ 자체의 퇴행, 즉 **시신경 위축(optic atrophy)**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시신경은 망막에서 수집된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전선 역할을 하며, 전기 신호의 마지막 통로입니다. 이 구조에 이상이 생기면 망막이나 수정체가 아무리 멀쩡해도, 우리는 정상적인 시각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시신경 위축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녹내장과의 차이는 무엇인지, 그리고 노년기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관리해야 하는지를 과학적 기반으로 자세히 설명합니다.
1. 시신경은 어떤 구조이며, 왜 중요한가?
시신경(optic nerve)은 대략 **100만 개 이상의 축삭(axon)**으로 구성된 신경 다발입니다. 이 축삭은 망막의 신경절 세포(ganglion cell)에서 기원하며, 시각 신호를 대뇌 후두엽의 시각 피질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시신경의 핵심 기능:
- 빛 자극의 정보 전달: 망막에서 수용한 시각 정보를 뇌에 전달
- 신경전달의 정밀도 유지: 매우 빠르고 정밀한 신경 신호 전달 기능
- 신경세포 대사 지원: 혈관과 함께 산소 및 영양분 공급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시신경의 섬유는 점차 손상되거나 사멸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시신경 위축’**이라고 하며, 이는 눈의 카메라가 멀쩡해도 필름이나 메모리카드가 망가진 것과 같은 상태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2. 시신경 위축 vs. 녹내장 – 비슷하지만 다르다
녹내장(glaucoma) 역시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이 둘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원인 | 허혈, 염증, 외상, 종양, 압박 등 | 안압 상승 또는 안압 독립성 손상 |
시야 소실 | 중심 시야 소실 가능성 ↑ | 주변 시야부터 서서히 손실 |
진단 방법 | OCT, 시야 검사, MRI 필요 | 안압 측정, 시신경두 검사, 시야검사 |
예후 | 원인에 따라 진행속도 다름 | 느리지만 지속적 손상 가능 |
즉, 녹내장은 안압 문제에서 기인하는 반면, 시신경 위축은 다양한 전신질환 및 국소 신경 질환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때로는 녹내장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시야를 상실시킬 수 있습니다.
3. 노년기 시신경 위축의 원인
노인에서 시신경 위축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5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허혈성 시신경병증 (NAION):
- 60대 이상 고혈압, 당뇨 환자에서 흔히 발생
- 아침에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며 통증은 없음
- 중심 시야 침범 가능
② 다발성 경화증 (MS):
- 60세 이전에 주로 나타나지만 후기 발병도 존재
- 시신경염(optic neuritis) 후 위축이 진행됨
③ 시신경 종양 또는 뇌압 상승:
- 뇌하수체 종양, 수막종 등으로 시신경이 눌릴 경우
- 양쪽 시야결손 또는 시야 중심 암점 발생
④ 독성 및 영양결핍:
- 알코올 중독, 비타민 B12 결핍
- 점차적 시야 흐림, 색각 이상이 동반됨
⑤ 유전성 시신경 위축:
- Leber's 유전성 시신경병증
- 가족력 있는 경우 40~50대 발병도 가능
4. 시신경 위축의 진단 방법
고령자에게 시신경 위축이 의심될 경우, 단순 시력검사만으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습니다. 다음의 영상 및 기능적 검사가 필수입니다.
- 안저검사 (Fundoscopy): 시신경 유두의 창백함 확인
- OCT (광간섭단층촬영): RNFL(신경섬유층) 두께 감소 확인
- 시야검사: 중심 시야 및 주변 시야의 결손 확인
- MRI: 뇌종양 또는 뇌혈류 이상 확인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시야가 흐려지고, 시신경 유두가 창백한 경우라면 반드시 위축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5. 치료는 가능한가? – 관리 전략과 예후
시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 중추신경계 조직입니다. 따라서 치료보다는 조기 발견과 손상 최소화가 핵심입니다.
✅ 치료 및 관리법:
- 원인 질환 적극 치료: 당뇨, 고혈압, B12 결핍, 뇌종양 등
- 산화 스트레스 줄이기: 항산화 영양소 (루테인, 비타민 C/E 등)
- 신경 보호제: 일부 연구에서 시도 중이나, 임상적 효과는 미확인
- 시각 재활: 저시력 보조기구 활용, 감각 통합 훈련
예후는 원인에 따라 다릅니다. 허혈성 위축은 시력 회복이 어렵지만 진행은 멈출 수 있고, 영양 결핍형은 개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론: “중심 시야가 흐려진다면, 망막만 볼 것이 아니다”
노년기의 중심 시야 저하는 단지 노안이나 황반변성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시신경 위축’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상이 이미 시작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일상생활의 자립성은 물론, 낙상 위험과 인지기능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안과 정기검진은 물론, 시신경을 포함한 신경계 건강까지 고려한 포괄적인 노년기 건강 전략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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